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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조용한 도시를 깨우는 사인 - 경북 경주시 포석로 2017-12-26 오전 9: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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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석로와 첨성로 그리고 황리단

경주는 필자에게 제2의 고향 같은 존재이자 숨겨둔 보석 같은 곳이다. 나중에 인생이 황혼을 넘어서고 있을 때 살고 싶어서 마음속에 숨겨둔 공간. 대학생이던 4년 반을 경주에서 사는 동안 느낀 건 사색하며 살기 좋은 동네라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곳은 천마총 길 건너에있는 노서리 고분군이다. 답답한 일이 있을 땐 항상 이어폰을 끼고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한 음료를 사서 벤치에 앉아있다가 오곤 했다. 아마도 지금처럼 포석로에 맛난 커피집이 있었다면 편의점 대신 그곳을 갔을 거로 생각한다. 그때는 경주 시내에 프랜차이즈 커피숍도 없었고 개인적으로도 즐기지 않았던 시절이라...

노서리 고분군을 지나 천마총으로 건너가는 길목부터 포석로가 시작되고 재미있는 가게와 간판이 나타난다. 그리고 천마총과 대릉원을 끼고있는 포석로와 첨성로에 재미있는 가게와 간판이 사이좋게 모여있다. 블로그를 중심으로 황리단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실제로 그 이름을 딴 가게도 있지만 이런 지명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그리고 마포구 포은로를 망리단길이라 부르는 것처럼... 그리고 포석로와 첨성로라는 경주의 아이덴티티를 명쾌하게 담은 예쁜 도로명을 두고 서울의 카피캣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

포석로와 첨성로에 있는 가게와 간판 그로 인해 흥미로워진 거리의 풍경은 조용하던 경주를 깨우는 사인이 됐다. 수학여행으로 유적지만 훑어보고 가는 예스러운 동네가 아닌 그야말로 힙터지는 핫플레이스처럼. 전통에 잠겨있던 경주에 활력을 불어넣는 사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릉원에서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다니는 모습과 한옥의 지붕이 줄지어 보이는 루프탑에서 피자에 맥주를 마시는 풍경이 어색하지 않다. 포석로와 첨성로에 들어선 새로운 가게와 간판이 만들어낸 변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는 재밌는 간판

포석로와 첨성로에서 볼 수 있는, 눈에 띄는 간판은 하나같이 다 이색적이고 가게의 개성을 담는다. 지자체에서 진행한 간판 개선사업처럼 특정 구획에 질서정연하게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골목 구석구석 파편화돼 있지만, 시선을 강하게 사로잡는다. 거리에 흥미로운 가게가 늘어난다는 것은 예쁜 간판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걷고 싶은 거리는 예쁜 간판이 많이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포석로와 첨성로는 확실히 예쁜 간판이 많다. 포석로와 첨성로를 찾는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자연스레 카메라를 꺼내 든다. 눈으로 보고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은 풍경. 흥미로운 가게와 예쁜 간판이 길거리에 불어넣는 힘은 위대하다.

지자체에서 진행한 간판 개선사업 결과 보도자료에 종종 등장하는 말은 “간판을 개선해 지역 이미지 제고”라는 것이다. 물론 결과물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간판을 통해 거리의 풍경을 바꾸는 것에 대한 현명한 답이자 참고할 만한 사례는 이미 많다. 재밌는 가게가 많고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의 다양한 간판이 그렇다. 가게의 개성을 명확하게 드러내며 시선을 사로잡는 간판. 발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서 기록할 만한 간판과 가게가 많은 공간의 느낌말이다.

물론 난립한 간판을 정비하는 것은 중요하다. 불법을 합법으로 전환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정비사업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러한 정비사업에 더해 디자인을 중점으로 둔 개성 있는 간판을 만드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을 고민해볼 시기가 됐다. 간판 개선사업의 전략을 다각화한다는 측면에서 지자체는 포석로와 첨성로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방에 위치할수록 이곳의 간판과 거리는 좋은 자료가 된다. 잠잠했던 상권을 가게와 간판을 통해서 깨운 포석로의 사례를.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간판을 통해서 지역 이미지를 제고하고 상권 활성화를 고민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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